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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악몽이 된 내 집 마련, Netflix 영화 <84 제곱미터>가 던지는 현실적 공포

콘텐츠 큐레이터 김윤 2025. 8. 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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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신문

 

강하늘 주연의 <84 제곱미터>

84 제곱미터, 한국의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이 작은 공간이 한 남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20257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84 제곱미터>는 단순히 층간소음을 다룬 작품을 넘어서, 현대 한국 사회의 주거 현실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민낯을 날카롭게 포착한 스릴러다.

 

출처: 네이버

 

층간소음으로 붕괴된 영끌족의 욕망

강하늘이 연기한 우성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겨우 내 집을 마련한 전형적인 '영끌족'이다. 하지만 그가 꿈꿔왔던 안식처는 정체불명의 층간소음으로 인해 악몽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김태준 감독은 전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보여준 현실적 소재의 스릴러 연출 역량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화는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 일상 공간인 아파트를 무대로, 이웃 간의 갈등이 어떻게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강하늘의 캐릭터는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은 소음에도 예민하게 굴며, 점차 상황의 주도권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단순히 피해자의 입장에 머물지 않고,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염혜란과 서현우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아파트라는 공동주거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의 양상을 보여준다.

출처: 네이버

 

동일한 84 제곱미터 속 차이나는 계층 

영화는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 문제에서 시작해 점차 판타지에 가까운 스릴러로 발전해 나간다.. 이러한 장르적 전환은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간극이 너무 비약적이라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이야기 전달이 매끄럽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것이 오히려 작품의 매력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극단적 상황으로 밀어붙여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층간소음의 문제를 넘어선다. 영끌해서 집을 산 젊은 세대의 현실, 자가와 전월세 간의 갈등, 아파트 공동체 내에서의 계층 갈등 등 현대 한국 사회의 주거 문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84 제곱미터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갈등의 양상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주거문제에 대한 불편한 시선

김태준 감독의 연출은 긴장감 조성에 능숙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재치를 보여준다. 이는 관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답답함과 스트레스는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며, 이를 통해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영화 <84 제곱미터>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급작스러운 전개와 다소 억지스러운 결말, 그리고 영끌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하는 것인지, 층간소음 문제점을 밝히고자 하는 것인지, 영끌의 허망함을 층간소음을 매개로 하여 보여주기로 한 것인지에 대한 불분명함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강하늘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관객들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출처: 네이버

 

결국 영화 <84 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이라는 현대인의 꿈이 어떻게 악몽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화이자, 우리 사회의 주거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실적 공포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 시도 자체가 가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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