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노무사, 그 기묘한 만남 속에서 찾은 우리 시대의 진짜 노동 이야기-MBC, 넷플릭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주목하는 것
2025년 MBC 금토 드라마로 선보인 <노무사 노무진>은 언뜻 보면 기괴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유령을 보는 능력을 가진 노무사 노무진(정경호)이 처제 나희주(설인아), 기자 출신 영상 크리에이터 고견우(차학연)와(차학연) 함께 억울하게 죽은 노동자들의 유령이 의뢰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현대형 도시 판타지(Contemporary Urban Fantasy) 요소가 강하게 드리워진 이 시공간 설정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절실한 노동 현장의 문제들이다.
드라마는 간호사 태움, 의료사고 누명, 산업재해,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노동 문제들을 다룬다. 유령이라는 초자연적 존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들이 호소하는 억울함과 분노는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현실이다. 작품은 이처럼 판타지라는 외피를 통해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주목할 점은 드라마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노동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무겁고 진부한 접근을 보이는 것과 달리, <노무사 노무진>은 코믹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무거운 주제를 보다 친근하게 접근한다. 유령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상황들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아픔과 절망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한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노무진
노무진이라는 캐릭터도 흥미롭다. 그는 처음부터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의로운 싸움을 하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별 볼 일 없는 데다가 코인으로 전재산을 날린 그가 생계를 위해 노무사 자격증을 따고,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뛰어든 평범한 인물이다. 이런 설정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다. 우리 대부분이 거대한 정의감으로 무장한 영웅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필요에 의해 선택하고 행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노동 문제를 다루는 방식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은 노동 문제의 복잡성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각 에피소드는 명확한 선악구조보다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고,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개인이 희생되는 상황도 있다. 이런 복잡성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보다는 깊이 있는 사회적 성찰을 유도한다.
임순례 감독의 연출과 김보통, 유승희 작가의 각본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결국 '사람 이야기'에 주목한다. 유령이든 산 사람이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존중과 인정, 그리고 정당한 대우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던지는 메시지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이 가진 가장 큰 의미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판타지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현실을 우회적으로 조명하면서도, 그 현실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다. 오히려 유령이라는 설정을 통해 죽어서도 해결되지 않는 억울함의 크기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는 서로의 노동과 존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노무진이 유령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과정은 곧 우리가 외면해 왔던 이웃들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깊은 성찰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은 판타지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 어떤 현실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 현실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