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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의 이름, 그리고 용기, 넷플릭스 영화 <정순>

콘텐츠 큐레이터 김윤 2025. 9. 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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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저널코리아

 

새로운 시작, 정순의 봄

영화 <정순> (감독 정지혜) 은 잔잔한 호수 위에 돌멩이를 던지듯, 우리 사회의 단면을 섬세하게 흔들어 놓는다. 영화 <정순>은 식품공장에서 일하며 혼자 살며,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중년 여성 정순의 삶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우리 주변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금순 배우가 그려내는 정순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마치 우리 옆집 아주머니의 이야기인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출처: 연합뉴스

 

익숙한 편견, 낯선 시선

그러나 정순의 새로운 삶은 곧 예상치 못한 시련에 부딪힌다. 공장 동료인 영수(조현우)와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관계는 은밀한 만남으로 이어진다. 함께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잠을 자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그리 평범하지 않다. 특히, 정순과 영수의 관계를 우연히 알게 된 그녀의 딸은 극심한 충격에 빠지지만, 이내 어머니의 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딸은 이 모든 상황을 정순의 편에서 바라보며,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지해주는 든든한 조력자다. 영화는 '노년의 사랑'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협한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동시에 딸을 통해 가족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한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출처: 서울독립영화

 

용기 있는 선택, 정순의 재발견

영화 <정순>의 중심 갈등은 바로 ‘디지털 성범죄’라는 첨예한 사회적 이슈를 정순의 서사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영수가 촬영한 영상이 유포되면서, 정순의 삶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년 여성, 노동자 계층이라는 겹겹의 경계가 있는 인물이 겪는 수치심, 분노, 무력감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녀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직장 동료들의 수군거림과 조롱 섞인 시선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며칠간은 식품공장에 출근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던 정순은 시간이 지나자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딛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한다. 작업 반장이 일을 시키지 않자 그것에 항의하고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영수를 공격하며 맞선다. 딸과 예비사위는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불법 촬영’의 문제를 넘어, 개인의 몸과 사생활이 디지털 영역에서 얼마나 취약해지는지를, 그리고 사회가 아직 그런 취약성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결핍과 치유, 그리고 성장

<정순>은 단순히 노년의 로맨스나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오만한 시선을 반성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영화는 정순의 결핍된 삶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결핍된 공감 능력을 조명한다. 딸이 어머니의 행복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억누르지 않고 존중하려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섣불리 판단하고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았는가? 결국 영화 <정순>은 정순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가 서로의 삶을 온전히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정순>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

출처: 한국스포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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