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처세대의 현실을 마주하다
2025년 8월 9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 주말 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정일우, 정인선, 윤현민, 천호진, 이태란 등 쟁쟁한 배우들이 펼치는 감정 연기와 함께 우리 사회의 세대 간 갈등, 가족 간의 사랑, 개인의 욕망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마치 거울을 들이대는 듯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결코 화려하지만은 않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진정한 ‘화려함’이‘화려함’ 무엇인지를 차근차근히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는데 ‘마처세대’가 그것이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 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할 ‘처’ 음세대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현재 한국 사회의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동시에 아우르는 중요한 문제이다. 33년간 한 직장에서 근무한 후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아버지 이상철(천호진)과 유능한 직장인이지만 비혼주의를 고수하는 아들 지혁(정일우)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부자간의 애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청년층도 부모 세대의 고민을 이해하고, 부모 세대도 청년층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다양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현실감 있게 포착해 낸다.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가족 멜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인선이 연기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지은오 같은 인물을 통해 사업 부도로 위기에 빠진 가정의 현실을 담아내고, 윤현민이 맡은 박성재라는 친구 역할을 통해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년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태란이 연기하는 신분상승 욕망에 가득 찬 고성희와 수동적인 성격에서 주도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그의 딸 박영라(박정연)와의 갈등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고성희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아들인 한우진만 데려가고, 친딸인 지은오를 버려둔 채 재벌과 결혼하여 소위 말하는 팔자를 고친 사람이었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잦은 거짓말과 착한 척을 일삼는 캐릭터다. 이지혁의 할머니인 조옥례(반효정)는 아들이 퇴직하자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봉투 접는 일도 하고, 손녀 수빈(신수현)의 도움으로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시니어 모델도 된다. 이지혁에게는 사업의 성공과 지은오와의 연애, 지은오에게는 가정의 안정과 일에서의 성공, 이상철에게는 다시 한번 자신감 있는 가장되기, 고성희는 아들의 건강과 재벌 후계자 만들기, 박영라에게는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기 등 각자가 추구하는 화려한 날들은 이렇게 다채롭게 펼쳐진다.

세대를 초월한 공감의 힘
초반 13%대의 시청률로 출발했던 <화려한 날들>은 4개월의 방영 기간을 거치며 17.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했다는 증거이다. 주말 저녁 가족과 함께 앉아 드라마를 보면서 누군가는 아버지를, 누군가는 자녀를 생각하며, 누군가는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전하는 ‘화려한‘ 날들’의 의미일 것이다.

진정한 화려함의 정의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흔히 화려함을 외부적인 성공이나 눈에 띄는 업적으로 정의하곤 한다. 하지만 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사랑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그리고 때로는 실패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인생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화려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화려한 장식이 아닌 소박한 집에서 가족이 함께 웃고 울 때가 가장 따뜻한 것처럼 말이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더욱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요즘, 드라마 <화려한 날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소통의 가치를 알고, 자신만의 화려한 날들을 설계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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