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 욕구의 욕망화
인간의 태생적인 욕구 세 가지는 식욕, 성욕, 수면욕입니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사람들이 이 세 가지를 어떻게 충족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들이 욕구단계에만 그치고 있는 것일까요? 식욕을 느낄 때, 즉 배가 고플 때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사실 아무거나 먹어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거나 먹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게다가 허름한 식당보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어 합니다. 성욕은 패스하고, 수면욕은 어떤가요? 졸리면 그냥 자면 되는데 좋은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자고 싶어 하고 집이 아니라면 보다 괜찮은 숙소에서 자고 싶어 합니다. 욕구가 욕망화되어 갑니다.
2. 우리가 SNS를 하는 이유
이렇게 먹고 잔 것은 매우 사적인 행위이므로 나만 알지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아니, 타인은 알 필요가 없는 영역인데 우리는 이제 알게 됩니다. 각종 SNS에 유명한 인플루언서이건 안 알려진 사람이건 각자가 업로드한 피드는 알고리즘이라는 자동 경로를 통해 마구 노출됩니다. 각자가 SNS를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의 일상 기록, 마케팅 수단, 정보 공유, 인맥관리 등 다양하지만 ‘좋아요’와 댓글의 양, 조회 수가 얼마만큼이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인정받고 있구나 싶어서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욕구 외에 인정욕(망)이 충족되는 것 같습니다.
3.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의 줄거리
이러한 점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2023)>는 SNS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모습을 12부작으로 전개한 서스펜스 콘텐츠입니다. 드라마 속 셀럽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이유는 SNS 속 인기가 곧 돈이자 권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일단 유명해지면 셀럽이 들고 있는 가방, 옷, 구두 등은 완판 되고 업체에서는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협찬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셀럽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서로 음해하거나 거짓 정보를 올려서 모함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신흥계층이자 마케팅업계에서는 신흥권력자가 됩니다.
과거에 잘 살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해서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고 있는 주인공 아린은 셀럽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건 시큰둥했다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 내적 갈등이 일어납니다. 가빈회라는 셀럽 모임에서 받는 멸시, 가빈회 멤버 중 한 명 이자 옛 친구이면서 잘 나가는 셀럽인 민혜와의 신경전, 그 외에 특권의식을 가진 여러 캐릭터 속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아리도 어느새 130만 팔로워를 보유한 셀럽이 됩니다. 그러다 ‘좋아요’를 싫어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가빈회 멤버들은 아리가 자기들을 질투하고 비난했다는 라이브 방송을 하자 아리의 팔로워수는 급감하고, 가빈회 멤버들의 팬들은 아리를 맹비난합니다. 가빈회 멤버들의 팔로워들은 일종의 동조현상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아리의 계정에 그녀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팔로잉하고 연이어 응원의 댓글을 올립니다.
4. SNS는 인정 투쟁의 장
우리가 연예인, 정치인, 스포츠인이 아니면 우리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부모, 친구, 지인 정도이다. 평범한 일반인이 유명해지는 방법은 SNS를 통해서 입니다. 누군가는 좋은 정보를 공유해서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럭셔리한 삶을 공개하기도 합니다. 전자는 때때로 오픈 채팅방에서 강의를 열어 다른 수익을 발생시키지만 후자는 사진과 동영상에 비친 자신이 걸치고, 입고, 먹고, 자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돈도 벌고 부러움도 삽니다. 즉,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인정을 받기 위한 공간이 SNS입니다. 내 조회수가 점점 높아져 가는지 혹은 낮아지고 있는지 매번 신경 쓰면서 고군분투하는 인정투쟁의 장입니다. 그래서 SNS에는 불행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야 셀럽이 쌓아 놓은 탑이 무너지지 않으니까, 그래야 공주 혹은 왕자 놀이를 계속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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