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려동물 단상
오늘날 특히 반려동물과 음식은 인간에게 힐링을 주는 대표적 대상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한때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렀다가 현재는 ‘반려동물’로 부르고 있다. ‘애완(愛玩)’의 완(玩)이 ‘희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애완’이 ‘동물을 희롱하다’로 해석되다 보니 ‘인생의 동무가 되는 동물’을 뜻하는 ‘반려(伴侶) 동물’‘반려(伴侶) 동물’이라는 용어로 변경해서 쓰자는 의견이 다수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은 자신과 함께 사는 사람이 어떤 외모를 하고 있건, 어떤 직업을 가졌건, 어떤 경제 상태에 놓여있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무한 애정을 쏟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반려동물을 보면서 ‘사람보다 낫다’라는 마을 종종 하기도 한다.
2. 고양이, 할아버지, 요리 레시피의 삼각관계
만화책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고양이와 할아버지(ねことじいちゃん, The Island of Cats, 2020)>에서도 이러한 고양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많은 한 섬에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다이키치 할아버지 역시 아내와 사별하고 고양이 타마와 정겹게 살아간다. 타마는 아내가 살아있을 때 버려진 아기 고양이로 데리고 온 이후부터 부부가 함께 키웠으니 더 애틋하다.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타마를 통해 아내를 늘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어느 날 타마가 장롱에 올라가다가 노트 한 권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다이키치 할아버지가 그것을 펼쳐보니 아내가 정성스럽게 음식 그림을 그리고 기록한 레시피다. 다이키치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아내의 레시피를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 즈음에 타지에서 미치코라는 젊은 여성이 들어와서 카페를 짓는다. 다이키치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친절하고 상냥한 미치코는 동네 주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최대한 카페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한다.. 그런 미사코에게 다이키치는 아내의 레시피를 보여주게 되는데 아이디어가 넘치던 미사코는 그에게 남은 부분을 직접 채워보라고 제안한다. 다이키치는 미사코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유쾌하고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배웠던 요리들을 아내가 했던 것처럼 그림을 그리고 요리법을 글로 쓰면서 레시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타마가 실수로 떨어뜨린 레시피지만 결론적으로 봤을 때 타마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요리 레시피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3. 유부초밥, 아내의 음식에 대한 환기
도쿄에 살고 있는 다이키치의 아들은 아버지가 걱정돼서 가끔 아버지를 만나러 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레시피 노트를 보여주면서 엄마가 채우진 못한 뒷부분을 채우려고 카페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유부초밥을 만들어 준다. 유부초밥을 한입 베어먹은 아들은‘뭐 나쁘지 않네요. 어머니 맛이랑 똑같아요. 항상 뭔가 심심한 맛이었죠. 그래도 그래서 맛있어요.’라면서 어머니와 어머니의 유부초밥을 떠올린다. 다이키치는 유부초밥을 통해 아내, 아들, 그리고 자신과의 다정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4. 고양이 타마의 보은
어느 날 다이키치는 집에서 혼자 쓰러지게 되고, 우연히 들른 미사코에 의해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큰 문제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 귀가한다. 다이키치가 없는 동안 타마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 다이키치를 찾아다니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타마는 다이키치를 반기고, 기력이 쇠함에도 불구하고 다이키치는 자리에 누우면서 ‘밥은‘ 항상 두는 곳에 있어’라고 말하면서 타마를 챙긴다. 다음 날 아침, 다이키치가 일어났을 때 타마가 보이지 않는다. 집 안, 집 밖 어디에도 타마가 없다. 사흘이 지나도 타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깨를 한껏 늘어뜨리고 밤에 집으로 돌아온 다이키치의 눈앞에 보이는 생선 한 마리! 급하게 방문을 열어보니 타마의 소리가 들린다. 다이키치는 타마를 끌어안으며 ‘할아버지‘ 주려고 물고기 잡아온 거야?’라고 말한다. 타마는 아기 때부터 자신을 돌봐 준 할아버지 다이키치가 아프자 물고기를 물어와서 보은 한 것이다. 타마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잡아온 생선을 드시게 되면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단순한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동물과 사람이 애틋한 사랑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삶의 동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레시피로 아내를 떠올리고 아내가 완성하지 못한 레시피를 채우려는 다이키치의 의지, 유부초밥을 먹으며 아들과 함께 아내를 기억하는 다이키치의 다정함, 다이키치를 위해 물고기로 보은하는 타마의 충성, 그리고 서로 도와주려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 등이 이 잔잔한 영화를 빛나게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오늘, 고양이와 좋아하는 음식과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어보는 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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