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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걸>-넷플릭스 드라마, 낯익은 욕망의 낯설은 표출

by 콘텐츠 큐레이터 김윤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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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1. 마스크 단상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전 세계인이 약 3년간 마스크를 썼다.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때의 마스크는 나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호의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감염병이 돌 때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인해서 그것을 착용한다. 코비드19 전에도 강의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들(주로 여학생)을 종종 보는데 '감기 걸렸냐?'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화장을 안 해서요' 혹은 '뾰루지가 나서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말은 화장을 하지 않은 내 민낯을 드러낼 자신이 없어서 가린다, 뭐가 나서 보기 싫은 내 얼굴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마스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시위에 참여하게 될 때 시위 참여자가 일제히 얼굴 전체를 덮는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필리핀의 마스카라 페스티벌, 안동탈춤페스티벌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실연자들은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쓰고 축제를 즐긴다. 앞 세개의 마스크는 위장용이자 의사표현용이자 미미크리(모방)용으로 사용된다. 가면 축제의 기원을 보면 계급과 신분이 있는 사회에서 하층민이 상층민을 조롱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기도 하고, 상층민의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서 축제 기간이나마 흉내내기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또한 일상에서 나는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고 성격도 소심한데, 사실은 늘 화려하거나 주목받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을 때 마스크를 씀으로써 욕망을 표출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크는 한 개인에게 용기를 주기도 한다. 

2. '마스크 걸' 들여다 보기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네이버에서 공개한 130화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사회처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서 '마스크 걸'과 같은 스토리는 자주 콘텐츠화된다. 워낙 반응이 좋았던 웹툰이라 충성도 좋은 독자들은 이 콘텐츠의 영상화를 기대하고 있던 차 2023년 8월 18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7화 시리즈로 공개되었다.
웹툰은 사건별로 회차를 이어나가지만 드라마에서는 캐릭터 중심으로 회차가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웹툰을 뚫고 나온 것처럼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외모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역부터 성인 배역까지 누구 하나 소위 말하는 연기구멍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주오남 역의 안재홍 배우, 김모미 역의 이한별/나나/고현정 배우, 주오남 엄마 역의 염혜란 배우의 연기는 정말 탁월하다. 배우의 연기가 캐릭터 중심별 회차 전개에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준다. 

3. '마스크 걸'에서의 김모미

주인공 김모미에게 마스크는 앞에서 언급한 마스크의 위장, 자기표현, 흉내내기, 욕망 표출의 기능을 한다. 어렸을 적 부터 못생겼다는 소리를 하도 들어와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김모미는 회사에 들어가서도 외모로 인한 멸시와 차별을 순간순간 받게 된다. 직장 내에서 예쁜 외모를 가진 직원은 뭘 해도 칭찬을 받지만 김모미를 비롯한 평범하거나 못생긴 외모의 직원들은 뭘 해도 핀잔을 받는다. 그로 인해 김모미의 열등감과 질투심은 나날이 증가하지만 회사에서는 그저 견디는 거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늘 무료하고 답답한 회사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퇴근 후 자신의 방에서 하는 마스크 걸 개인 방송이다. 김모미가 마스크를 쓰고 화려한 옷을 입은 채 멘트를 하거나 춤을 추면 시청자가 채팅으로 환호하고, 몇몇 시청자는 별풍선을 마구 쏜다. 회사에서 맨얼굴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미가 집에서 방송을 통해 가면을 쓰면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 즐거움에 빠진 모미는 정기적으로 방송을 이어가면서 댓글 중 악플을 보면 재빨리 그를 강퇴시킨다. 

4.'마스크 걸'에서의 주오남

김모미와 마찬가지로 외모 컴플렉스가 있고 어릴 적부터 왕따를 당해온 모미의 직장 상사 주오남은 늘 의기소침해 있고 자신감이 없다. 그를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엄마의 과도한 관심에서는 벗어나고 싶고, 타인으로부터는 늘 인정을 갈망하는 모미와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 주오남이다. 그런 그가 김모미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만 용기가 없어서 고백하지 못하던 나날이 이어지던 찰나 퇴근 후 늘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던 오남은 마스크 걸이 김모미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어느 날 그녀에게 메일로 그녀가 마스크 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보낸다. 오남은 모미를 짝사랑하면서 그녀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굳게 하게 되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모텔에 가서 나쁜 일을 당할 뻔할 때 그녀를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그 남자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오남은 그에게 칼을 꽂아 죽인 후 시체를 처리한다. 이 장면에서 매사 소심하던 오남은 무척 두려워하면서도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며칠 지나 마스크 걸을 찾아갔던 오남은 그녀에게 고백하고 성형수술한 그녀를 범하려 하다가 모미에게 죽임을 당한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안재홍 배우의 연기를 '마스크 걸'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시청자에게 큰 줄거움을 준다. 

5. '마스크 걸'에서의 김경자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는 아들이 죽은 것을 알게 된 후 마스크 걸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추적을 하기 시작한다. 김경자는 자식을 사랑하다 못해 매우 광적인 엄마로 등장한다. 범인을 색출해서 반드시 복수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살아간다. 염혜란 배우는 김경자의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수행한다. 
세월이 흘러 나이든 김경자와 나이 든 김모미는 각자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김경자는 아들의 복수를, 김모미는 자신의 딸 김미모를 위해서 혈투를 벌인다. 

6. 그로테스크하고 언캐니한 복수극

이때부터 '마스크 걸'은 외모지상주의 콘셉트에서 복수극의 콘셉트로 전환된다. 자신감 없는 외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감행했지만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 김모미의 삶은 연쇄살인의 굴레로 빠지게 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독한 모성애는 그녀가 파국을 맞게 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마스크 걸'의 색채는 어두운 회색과 선명한 핏빛이 교차하고 공간은 음침하며 그로테스크하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은 '마스크 걸'의 스토리 전개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OTT 드라마여서 좋게 말하면 표현의 자유, 나쁘게 말하면 수위가 높고 잔인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불편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하나 복수극의 다수가 남성 서사로 전개되는데, '마스크 걸'은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가 여성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스크 걸'은 외모비하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교훈적이고도 윤리적으로 알리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결과를 그냥 툭 던져놓은 것 같다. 이 점이 '마스크 걸'을 정주행 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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