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인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과 지구에 남은 뮤지션 제이(홍경)의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즉 우주와 지구를 잇는 아주 특별하고 애틋한 롱디 로맨스를 그린 이야기다. 이 애니메이션이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매력적인 두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는 점이다. 한지원 감독은 김태리 배우와 홍경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목소리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함께 만들어갈 배우가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두 배우가 난영과 제이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는 뜻이지 싶다. 실제 작품을 보면, 난영의 씩씩하지만 내면에 외로움을 간직한 모습이나, 제이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두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의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는 어딘가 어설픈 부분이 있어서 아쉬운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은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과 아름다운 배경, 서정적인 음악으로 달래져서 실사보다 더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자아낸다.
<이 별에 필요한>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체와 우주라는 신비로운 배경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우주와 지구라는 극한의 거리 속에서도 연결을 놓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광활한 우주에 난영이 홀로 있거나, 지구에 남겨져 멀리 떨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제이의 상황은 각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통해 그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향한 진심과 애정으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난영과 제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게 하는 '필요한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이 삭막하고 바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누군가, 혹은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 별에 필요한>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강렬한 화두를 던진다. 여기서 '이 별'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일 수도, 혹은 은유적인 공동체나 한 개인의 내면세계를 상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별에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작품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간과하고 있는 근원적인 가치들, 예컨대 소통, 연대, 순수, 자연과의 교감, 존재 자체의 의미, 꿈을 향한 열정, 혹은 스스로를 믿는 마음을 탐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의미를 택하든, <이 별에 필요한>은 관객들에게 "우리 삶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공사례를 보기 힘든 상황에서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성찰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 물론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 시장에서의 경쟁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 별에 필요한' 진정한 가치를 성공적으로 탐구해 낸다면, 이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며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빛나는 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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