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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넷플릭스 영화-음식과 사람이 주는 위로

by 콘텐츠 큐레이터 김윤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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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을 생각하다

꼭 배가 고파서만 음식을 먹지 않는다. 때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먹고, 배는 부르지 않은데 입이 뭔가를 자꾸 넣어달라고 해서 먹고, 먹방 TV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보고 따라먹기도 하며, 먹어도 먹어도 허해서 또 먹기도 한다. 이때 우리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고파서 혹은 마음이 허해서 먹는다고 한다.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태생적 현상이어서 위를 채워주면 배고픔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이완된다. 어떤 드라마 장면에서 등장한 엄마가 양푼이에 많은 양을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는 모습을 본 자식이 왜 그렇게 많이 먹냐고 타박하자, 엄마는이 나이에는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진다.’고 했다. 이때 허기는 신체적인 반응이 아니라 심리적인 반응으로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고 공허하다는 것을 뜻한다.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은이라도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받을 때 맵거나 단 음식을 마구마구 먹거나 자신만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음식은 매일 사람을 달래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2. 사람을 만나다

한국 사람들이 우연히 길에서 오랜만에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경우 빈번하게 하는 말이언제 밥 한번 먹자’ 혹은 ‘술 한잔 하자이다. 진짜 먹자는 의미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별 할 말이 없이 헤어지기가 어색해서 내뱉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그 언제가 언젠지는 알 수 없는 채 우리는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사실 그 뜻은‘얼굴 보고 ‘ 이야기하자는 뜻인데 그 사이에 항상 음식이 들어가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준다. 행여 직접 만나게 됐을 때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음식이 나오면 서로 그 음식에 얽힌 추억을 나누기도 한다.

3. 맛있는 영화 1,1, 나이트 크루징

출처:넷플릭스

영화 <맛있는 영화>3명의 감독이 각각 사람과 음식에 관한 내용으로 만든 3부작 옴니버스 콘텐츠다. 그중 첫 번째 영화인나이트 크루징은 쌀국수로 위안을 삼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송이가 뭔가 먹고 싶어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뭐라도 먹기 위해서 밤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친구 훈을 만나게 된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찾다가 밤에만 여는 쌀국수 트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저기 헤매다니다가 그들은 마침내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고기와 고수가 가득한 쌀국수를 먹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쌀국수를 다 먹고 동이 트자 둘은 헤어지면서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
나이트 크루징에 나오는 쌀국수 트럭은 송이와 훈이의 상상 속에서만 보였던 것인지, 진짜 보였던 것인지 혼동될 정도로 환상적이다. 게다가 트럭을 비추는 조명등도 판타지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보통의 포장마차나 음식 트럭은 고정된 장소와 일정한 시간에 있고 그다지 예쁘거나 몽환적이지 않은데 이 영화에서는 랜덤 하게 나타나고, 동화 속에 등장하는 트럭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가지게 된다면 다음에는 어떤 방법과 경로로 이 쌀국수 트럭을 찾아다니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편으로는 뭔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밤새도록 같이 다닐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4. 맛있는 영화 2, 맛있는 엔딩

출처:인터파크 영화

이번에는 국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떡볶이다.‘맛있는 엔딩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난 다음 서로 좋아했던 시절에 먹었던 음식을 통해 그때를 떠올린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떡볶이와의 만남은 미대입시 직후였다. 같이 미술을 공부하던 학원생 중 예니만 합격하고, 친구 상혁과 다른 아이들은 떨어지고 만다. 그 상황에서 혼자 좋아할 수 없었던 예니가 시무룩해하자 상혁은 떡볶이를 사준다. 떡볶이를 먹은 예니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드리운다. 낙방한 상혁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예니가 상혁을 불러 세우고 둘은 같이 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싸우게 되고, 예니가 떠난 후 상혁이 귀가했을 때 식탁에 놓여있는 한 그릇의 떡볶이는 과거 예니를 위로하기 위해 떡볶이를 사줬던 상혁에 대한 마지막 보답이 아니었을까 싶다.

5. 맛있는 영화 3,3, 좋은 날

출처:마리끌레르

중장년층에게 좋은 날은 언제일까?‘좋은 날에 첫 장면을 보면 아무래도 자식 자랑을 하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함께 만난 4명의 친구는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다. 친구의 자식 자랑을 진심으로 동조해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식보다 잘된 것 같아 배 아파하는 친구도 있다. 정아와 미금의 관계가 그렇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미금의 딸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아직도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미금은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아에게 그 사실을 들키게 되면서 자존심이 상한 미금은 정아를 피해 다니다가 결국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아도 거짓말을 했었던 것을 알게 된다. 둘은 한강에 가서 즉석 라면을 맛있게 먹으며 웃다가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더 이상 자식 자랑을 하지 않고 한 그릇의 라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고, 그날 하루는 좋은 날이었다는 것을 안 것이 아닐까 싶다.

맛있는 영화에 등장하는 쌀국수, 떡볶이, 라면은 정말 맛있어 보인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거나 아예 먹지 않아야 건강하다고 주장하는 시대지만 이 세 가지 탄수화물을 끊을 수 있을까? 쌀국수는 베트남 음식이라 열외라 하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떡볶이와 라면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이 가득한 이 음식들이 신체적 근육을 만드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지라도 정서적 근육인 위안을 만드는 데는 일조하고 있지 않을까? 오늘 우리도 위안 한 그릇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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