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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적: 칼의 소리> 넷플릭스 드라마-서부 영화 컨벤션의 외피를 입은 액션 시대극

by 콘텐츠 큐레이터 김윤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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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1. 서부 영화의 컨벤션(convention)

넷플릭스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는 어디서 본 듯한 액션과 장면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본 것일까 했더니 필자가 어린 시절 봤던 서부 영화의 컨벤션 때문이었다. '컨벤션'은 흔히 '행사', '총회', '전시회', '모임', '이벤트' 등의 뜻으로 알려져 있으나 콘텐츠에서의 '컨벤션'은 이미 익숙한 요소들을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영화 방식을 말한다. 즉, 장르적 특성인 장르마다 나타나는 반복되는 요소들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공포 영화의 컨벤션이라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물체나 캐릭터, 소름 끼치는 사운드, 블루 톤이나 화이트 톤 혹은 블랙 톤의 색채, 열어보지 말라고 했는데 꼭 열어보는 캐릭터의 행동 등이 있다. 
서부 영화에는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살벌한 대결, 추격전이나 총격전, 광활한 평야, 어두운 계열의 의상을 입은 캐릭터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캐릭터들이 모이는 술집, 잔인한 장면 등의 컨벤션이 늘 등장한다. 또한 주인공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국가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비도덕적인 일에 저항하는 정의감과 윤리에 불타는 영웅적 인물로 나타난다. 

2. <도적: 칼의 소리>에서의 서부극 스타일+@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 대립하는 간도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서로 싸우는 액션 시대 활극이다. 일단 재미있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독립투사들과 그들을 막기 위한 일본군, 그리고 마적단이 얽힌 구도가 드라마를 흥미롭게 한다. 여기에 서부극의 외피를 잘 차려입었다. 사실, 현재는 서부극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되고 있는데 <도적: 칼의 소리>에서는 서부극 스타일을 매력적으로 소환한 것 같다. 브라운 톤의 화면 색채, 스펙터클한 간도 땅과 그곳을 말을 타고 달리는 군대와 독립군들, 서부극에서 볼 수 있는 두 캐릭터(이윤과 이광일)의 총과 칼을 이용한 대결씬, 독립운동가들과 일본 군대 및 독립운동가들과 마적단의 단체 대결씬, 술집을 운영하면서 독립군들을 돕고 있는 영리하고 매력적인 여성(김선복), 화려한 액션씬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독립적인 두 여성 캐릭터, 희신과 언년도 드라마를 몰아보기 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희신은 언년이처럼 싸움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군에 보낼 군자금을 구하기 위해 철도 부설 자금을 탈취하는 임무에 뛰어든다. 반면, 언년이는 대의적 목적이 아닌 이윤을 죽이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자인 데다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는 캐릭터였으나 이후 이윤을 도와 일본군과 마적단에 저항하는 캐릭터다. 이 두 여성은 과거 미국 서부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로 서부극 스타일의 식상함에 자극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 칼의 소리는 분명하게 들리는가?

<도적: 칼의 소리>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서부극의 컨벤션을 차용한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 액션, 배경 다 좋다.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뭔가 아쉬움 느낌이 드는 것은 일본군이 지나치게 무력하다는 점, 총과 칼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주인공은 너무 스타일리시하다는 점, 여성이 조선총독부의 고위직이 될 수 있었는지의 여부,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의 연출, 너무 현대적인 팝 스타일의 배경 음악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이 보완되었다면 독립과 자주권을 위한 칼의 소리가 보다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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