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말드라마의 비결
KBS와 넷플릭스에서 방송하는 <미녀와 순정남>, 2024년 3월 23일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드라마 순위 1위, 종합방송순위 1위(출처:닐슨코리아)를 기록하고 있다. KBS2에서 방송해 온 주말드라마 다수는 몇몇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거의 1위를 달려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秘訣)’의 사전적 의미는‘남이 알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효과적인 방법’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드라마 <미녀와 순정남>만이 가지는 그것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시청자가 좋아해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결론이 이론상으로는 타당하겠다. 하나씩 살펴보자. 남자 주연 고필승(지현우 분)의 출생의 비밀, 여자 주연 박도라(임수향 분)의 기억상실, 조연이자 악역인 박도라의 엄마 백미자(차화연 분)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딸 착취, 기업을 잘 이끌기보다는 여자를 소유하고 가지고 놀렸는데 급급하지만 매사 잘 안 풀리는 공진단(고윤 분), 고필승을 낳은 엄마 장수연(이일화 분), 절친인 장수연의 아들인 지 모르고 키운 고필승을 기른 엄마 김선영(윤유선 분), 그리고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면서 대단한 간섭과 오지랖을 마구 발산하는 가족들, 1인 가족이나 2인 가족이 대세인 시대에 한 집안에 조모, 고모, 아버님의 첩과 그의 자식까지 한집안에 살며 지지고 볶는 설정도 여전하다. 그 가족 구성원 캐릭터는 사사건건간섭용이라는 용도로 설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억지스럽다. 회장님(박상원 분)의 고모(정재순 분)의 등장은 딱히 필요 없다. 게다가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고모와 아버지의 첩인 홍애교(김혜선)의 옷차림과 화려한 장신구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녀와 순정남>의 설정
이 비결이 드라마 <미녀와 순정남>에서 만의> 그것인가? 김사경 작가의 설정 패턴이라서? 다른 작가도 이 비결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드라마 <미녀와 순정남>만의 비결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말드라마, 아침드라마, 저녁드라마를 관통하는 패턴이다. 어떤 드라마에서 그 비결이 더 혹은 덜 쓰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이 패턴에 왜 시청자는 지겹다고 하지 않을까?(지겹다고 하는 시청자도 있기는 하다) 이러한 비슷한 패턴을 능가하는 갈등과 캐릭터와 배우의 매력이 이 고루한 클리셰를 달콤하게 커버해 온 것이 아닐까 싶다. 시청자는 결국 주말드라마의 끝은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종방까지 한참 남았지만 결국 박도라는 기억을 되찾을 것이고, 고필승과 박도라 혹은 김지영은 잘 될 것이며, 장수연과 김선영은 화해할 것이고, 공 회장은 장수연의 과거를 받아들일 것이다.
K-주말드라마의 문화코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주말드라마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필자도 보고 있다. 분명히 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을 공간적 배경으로 함에도 고전 소설 같은 우연성, 이해하기 어려운 환상성,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행동(김지영을 돌본 치매 할머니), 단점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과 같은 주인공 등의 설정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판단과는 거리 두기를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억지스러움과 막장스러움은 어느새 K-주말드라마를 관통하는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월화 혹은 수목드라마의 문화코드와의 차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9월에 종영하는 이 드라마, 다행히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한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시기, 배신을 느끼는 시기가 시청률과 인기에 힘입어 매우 느리게 전개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이 드라마는 속도감이 있다. 예상되는 결론이지만 이 속도감과 함께 기대되는 남은 회차가 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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