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타인의 삶과 콘텐츠
자연인 사람의 몸은 한 개여서 오직 자신의 삶만 살 수 있다. 그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대한민국‘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어떤 집에서 사는지?’,‘어떤 일을 하고, 하루를 어떻게 어떤 사람들과 보내는지?’로 세분화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 방송했던 KBS의 <체험 삶의 현장>, MBC의 <나 혼자 산다> ,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이 인기가 있었고 현재까지도 그러한 게 아닌가 싶다.
궁금한 타인의 삶과 콘텐츠
위 콘텐츠들은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의 삶을 시청자가 들여다보기 혹은 훔쳐보기 한 것이라면 JTBC와 디즈니+에서 방영 중인 <My name is 가브리엘>은 한국의 연예인들이 외국의 일반인들의 직업과 생활을 3일 동안 체험해 보고 시청자들이 그것을 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가 연출하고 데프콘과 다비치(강민경, 이해리)가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브리엘인 박보검, 박명수, 염혜란, 지창욱, 홍진경, 덱스, 가비 등이 아일랜드 더블린, 태국 치앙마이, 중국 충칭, 멕시코 과달라하라, 르완다 키갈리, 조지아 트빌리시,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낯설고 황당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72시간의 삶을 살아본다.
서양 문화권의 대표 이름, '가브리엘'
‘가브리엘(Gabriel)’은 서양 문화권에서 예술과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이자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름으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는 절대자의 사람・힘・천사를 뜻한다. 신앙심 깊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천사 가브리엘처럼 강하고 영웅적인 특성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이름을 선호한다고 한다. 프로그램 제목에 ‘가브리엘’을 사용한 것은 종교적 의미보다는 타인을 대표하는 이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브리엘의 72시간
1회~3회 가브리엘은 배우 박보검과 개그맨 박명수로 아일랜드 더블린과 태국 치앙마이에서 각각 합창단 지휘자 루리와 쏨땀을 만들어서 파는 우티의 삶을 체험한다. 4~6회는 박명수의 출연이 이어지고 동시에 배우 염혜란이 중국 충칭에서 훠궈 레스토랑 매니저 치우치엔윈의 생활을 한다. (기사 작성 현재, 6회까지 방송, 올림픽 방송으로 2주 휴방) 회차별 가브리엘들은 루리, 우티, 치우치엔윈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 채 그들이 했던 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들의 가족, 동료와 일상을 함께 한다. 실제 인물들은 회차 초반과 끝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지만 가브리엘들은 방송을 본 후에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게 된다. 실제 주인공들은 공항이나 그들의 일터 혹은 길에서 약도를 알려주거나 도와주면서 시청자에게 슬쩍 그들의 존재를 알리지만 시청자도 가브리엘들과 마찬가지로 회차가 끝날 때 파악하게 함으로써 회차 내내 궁금증과 기대감을 유지하게 한다.
가브리엘 간의 균형 문제
아쉬운 점은 각 가브리엘들마다 하는 일과 자아내는 분위기의 편차가 크다. 박보검은 다소 추운 나라에서 합창단을 지휘하고 루리의 부모님을 방문하는 등 육체적인 힘이 들지 않는 일을 했다면 박명수는 매우 더운 나라에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 쏨땀 재료를 사고, 요리법을 배우고, 판매까지 해야 하는 고생스러운 일을 주로 했다는 점이다. 물론 박명수 특유의 유머로 힘든 부분을 유머스럽게 넘기는 과정도 방송되었다. 염혜란의 경우 엄청나게 넓은 훠궈 레스토랑에서 수많은 손님을 접대하지만 쉬는 시간에 마작을 하거나 춤을 배우거나 쇼핑을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나 한국 시청자들이 잘 모르는 마작하는 장면을 그리 많이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도시마다 기후도 다르고, 실제 주인공들이 하는 일도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패턴으로 스토리가 이어지기는 무리가 있지만 출연자 간의 일과 휴식의 난이도의 차이가 커서 출연자 간의 형평성이 맞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편성이다. 1, 2회 차까지 오후 8시 50분에 방영했는데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2>의 방송 시간과 겹치면서 시청률이 저조하다. 3회 차부터는 오후 10시 30분으로 시간대를 옮겼으나 워낙 <서진이네 2>의 인기가 높다 보니 시청률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발상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남은 회차에서도 각 가브리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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